『올댓드라마티스트』 제목에서 말해주는 것처럼 이 책은 드라마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아쉽게도 어떤 기준으로 16명을 선발한 것인지 궁금했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책의 내용 중에서, '드라마 작가'를 잘 표현하는 말을 몇 가지 적어 봅니다.
김수현 : "책을 읽으세요. 그것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곧 작가로서의 밑천이고 재산입니다. 특히 고전을. 모든 세계 문호들의 책을 섭렵하세요. 현대 문학도 훑으세요. 그 다음에는 모든 분야의 책을 다 읽으세요. 책이라고 생긴 것은. 드라마 작가의 작업에 필요한 책이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읽어 여러분의 창고 숫자와 크기를 늘리세요. 이것이 곧 작가로서의 내공입니다. 어차피 드라마란 무엇입니까? 인간 탐구와 인생 성찰, 그리고 인간 연구가 아닙니까?"
최순식 : "드라마 작가는 그냥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비주얼 스토리텔링에 익숙해져야 한다. 비주얼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은 간단히 말하면 시각적 스토리텔링, 즉 영상이다. 무용을 하는 사람은 춤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피아니스트는 피아노로, 화가는 그림으로써 이야기를 전달한다. 영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효과적인 시각적 표현을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영상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인식 없이 효과적인 대본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선희 : "바보 아빠의 캐릭터를 사랑하며 글을 쓰는 것하고 단지 캐릭터를 도구로 생각하며 쓰는 것하고는 천지 차이다. 인물을 도구로 쓰지 말 것. 이것이 드라마 작가가 지켜야 할 작법 수칙이라면 수칙이다."
박계옥 : "주인공 직업이 의사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자신도 의사가 되고, 형사가 되면 형사로, 변호사가 되면 또 변호사의 마음으로 몇 개월 보내게 되는 것이 드라마 작가의 생활이고 운명이다."
드라마 작가 16인은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은 모두 달랐지만 담아내려 하는 이야기는 모두 같았습니다. 사람. 바로 사람이지요. 누군가에게 그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고, 누군가에게 그 사람은 상처받은 사람이고, 누군가에게 그 사람은 가족이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심, 애정(사랑)이 없다면 드라마는, 이야기는 없다. 16인의 작가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글을 쓰는 직업 중에서 '드라마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드라마 작가'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지만 책을 덮고 나서는 글쓰기 전반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저 스스로를 '글쟁이'라 말하는 저에게 이 책은, 앞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천하지 않은 일, 알지 못했던 일을 깨우치게 해 준 고마운 책이 된 셈이지요.
1.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라. 드라마 작가 16인이 공통적으로 말한 것은 먼저, 책 읽기입니다. 가능한 많은 책을, 분야, 분량 가릴 것 없이 책이라면 모두를 말이지요. 작가들은 각자의 삶에서 각자 다른 이유, 다른 방식이었지만 모두 책을 가까이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2. 많이 경험하고, 끝없이 취재하라. 직접 피부로 느끼는 체험, 끝이 없는 취재를 강조했습니다. 경험이 갖춰지지 않는 글을 그저 빈 수레요, 속 빈 강정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 적어야만 드라마 속 인물들도 살아 숨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인상 깊은 구절이 있습니다. 김운경 작가의 이야기에 나온 부분입니다.
"'서울의 달'에는 옷 장사가 나온다. 아가씨가 큰 사이즈가 있는지 묻는다. 아마 책상에서 썼다면 '투 엑스 라지에서 미디움까지 있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남대문에서 만난 옷 장사는 결코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다. '방실이에서 현숙이까지 다 있다.'"
3. 끊임 없이 노력하라. 드라마 작가 16인이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공통적으로 담아낸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있지만 노력 없는 재능은 꽃 피울 수 없다는 것이지요. 어떤 작가는 뱃속에서부터 작가였고, 어떤 작가는 뼈와 살을 깎아 작가가 된 것이었죠. 이것은 비단 '드라마 작가'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겠지요.
이 책은 16인의 드라마 작가의 이야기를 읽기 쉽게,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해 주는 것처럼 쉽게 풀어쓴 것이 특징입니다. 작가 1인에 1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으니, 모두 16편의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굳이 1권의 책이라고 하지 않고, 16편의 글이라고 한 것은 제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아쉬운 점 때문입니다.
이 책은 각각의 작가님을 각각 다른 분들이 취재하고, 집필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올댓드라마티스트'라는 이 책을 기획하고 난 뒤, 각각 작가 한 분씩을 맡아서 취재하고 집필한 모양입니다. (지은이도 '스토리텔링콘텐츠연구소'입니다.) 물론 한 작가의 이야기를 한 편의 글이라고 했을 때, 이 한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 작가님과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16편의 글들이 1권의 책으로 묶이기에는 통일성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글 속에 담긴 16인의 작가분들의 이야기가 각각 다르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쓰는 이의 특징이 그 글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게다가 도무지 그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글의 흐름을 뚝뚝 끊어버리는 내용, 사족이 많았습니다. 작가님을 취재한 후 글로 적는 와중에 어느 부분도 빼놓을 수 없어서 그랬나 봅니다. 취재한 모든 내용을 적는 것보다는 그 작가의 이야기 중 핵심이 되는 내용 하나를 중심으로 집필해 나갔다면 조금 더 그 작가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1. 드라마 작가가 꿈이거나 드라마 작가에 관심이 있는 분.
2. 글을 쓰는 것이 좋은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
3. '드라마? 그건 그냥 시간 때우기로 보는 것일뿐이지'라고 생각하는 분.
이 책을 읽는 동안, 드라마를 보면서 쉽게 지나친 장면들, 흘려들었던 대사들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살아 숨쉬는 인물들과 주옥같은 대사들, 몇 번을 봐도 마음을 울리는 명장면들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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